밥빌런 :: 김부겸이 말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란???

김부겸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하여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취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한국은 민주화 이행을 거의 마무리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 1960~70년대 압축적인 경제 성장기에 노동자, 농민들의 피땀으로 이룩한 산업화와 함께 1980년대 학생과 시민들의 헌신과 참여로 이룩한 민주화는 분명 우리 국민이 내세울 만한 자랑스러운 성과이다. 이제는 이런 성취를 바탕으로 선진화를 이루어야 할 때다.

 민주화의 성취는 정부와 정당, 의회 등 제도정치권 내의 긍정적 변화로 이어졌다. 권위주의의 탈피, 보스 정치·금권 정치의 청산, 당정분리, 국회의 위상 및 역할 강화 등이 그 성과인데 이는 상당 부분 참여정부의 등장과 함께 가능해진 것들이다.

 

왜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한국정치는 이런 눈부신 성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선거 때마다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는 지역주의 문제, 탈권위주의의 후유증이기도 한 리더십의 실종, 극심한 정쟁과 이념 및 세대 갈등, 시민들 사이에 만연한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증 등이 그것이다. 

 지금 한국정치의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는 실질적 민주주의로의 진전이 느려지고 있다는 데 있다.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 2만 달러 묵터에서 멈칫거리고 있듯이, 정치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로 가는 어귀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제도정치권의 변화와 개혁으로 대변되는 절차적 민주화는 꾸준히 발전해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으나, 사회 경제적 민주화와 서민 대중들의 삶의 질 향상을 의미하는 실질적 민주화가 취약한 현실은 지금 한국 정치가 풀어야 할 제1의 과제이다.

 

민주화 주체세력의 무능과 실책

 실질적 민주주의가 진전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신자유주의라는 전 세계적 흐름과 함께 1997년 환란의 여파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해졌고, 또한 성장 담론의 완강한 영향력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IMF 사태는 국가적 위기였지만, 다른 한편으론 실질적 민주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 그러나 정권 교체에 성공한 국민의 정부조차도 국내외 신자유주의 세력의 공세에 밀려 사회 경제적 개혁을 단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카드 남발 등 응급 처방에 치중한 결과 그 부작용으로 이후 참여정부에서도 여전히 사회 경제 개혁보다 경제 성장과 안정 문제에 매달리게 만들었다. 

 정치 환경 역시 순조롭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미국 부시 정권의 일방주의 정책과 북핵문제로 한미관계나 외교 안보 사안이 부각되었다. 대내적으로는 노무현 정권 초기에 정치 개혁 및 부패 척결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여야 정치권이나 사회세력들 간에 극심한 정쟁과 이념 대립이 발생했다. 

 이런 정치 경제 분야의 비우호적 환경 속에서 실질적 민주주의의 진전이나 사회 경제적 개혁 문제는 주요한 국가적, 정치적 아젠다로 미처 제기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실질적 민주주의 뒷전으로 밀린 이유는 두 번째 요인도 크다. 정부 차원에서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은 탈권위주의를 선언하고 과감한 실천을 단행하긴 했지만 새로운 국민 통합적 리더십을 구사하지는 못했다. 대통령의 잦은 설화와 불필요한 정쟁 유발, 국정 수행의 미숙함, 조급함, 정책적 무능에 따른 국민의 실망과 불신은 실제 또는 실제 이상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정당 차원에서는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정당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 탄핵 역풍 등 한나라당의 무리수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과분한 국민의 지지를 받은 만큼,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과 역량을 보여줬어야 했다. 동시에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개혁 정당답게 사회 경제적 개혁 프로그램을 실천적으로 추진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치적 조급함과 무능으로 인해 4대 개혁법안 등의 처리를 둘러싸고 야당과 지루한 정치 공방을 계속하는 한편, 당내에서도 무익한 개혁·실용(빽바지·난닝구) 논쟁으로 내부 권력투쟁에 매몰되는 한계점을 드러냈다. 반부패와 도덕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야당과 보수 언론의 집요한 시비 걸기로 각종 비리에 연루된 듯한 의혹을 받아야 했고, 그러면서 점차 도덕성 측면에서 주도권을 상실해갔다.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개혁세력의 분열, 분화, 오만과 독선 등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노동운동 지도부에서도 비리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점차 사회운동 세력 전방의 도덕성과 영향력이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이는 국민의 정치 불신과 냉소를 심화시켰고, 정치 참여를 외면하는 '민주주의 피로 현상'으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비우호적 외부 환경 속에서도 절차적 민주화를 완성하고 실질적 민주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당, 시민사회 내 개혁 주체들이 한층 확고한 이념과 리더 십, 정교한 프로그램과 과학적 전략 전술, 그리고 정책적 능력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반대로 리더십의 실종, 대표성의 부재, 정책적 무능만 드러냈고, 이에 따라 개혁 정권의 등장에 열광했던 국민들이 실망과 함께 분노, 불신을 터뜨리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가 바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위기' 문제이다. 참여정부 당시 각종 재보선에서의 여당 참패와 여론 지지도 하락은 이런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주의 주체세력이 강해져야 한국정치가 발전한다

 위기에 처한 한국 민주주의를 구하고, 나아가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념, 제도, 세력의 측면에서 각 민주주의 주체세력이 더 강력해지는 것이다. 

 첫째, 탈이념 시대에 무슨 이념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념'은 사회주의나 반공주의 같은 전통적 개념이 아니다. 나의 이념은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과 목표를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실용·개혁 논쟁처럼 실체와 내용이 없는 공허한 말싸움과는 다르다.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해 혹은 실질적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가 도달하려는 사회상과 발전 모델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나는 이념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는 당시 2만 달러 국민소득과 선진화를 국가 목표로 제시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선진화와 함께 공동체 자유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모두 선진화에 동의했듯이 적어도 내가 보기에 양당의 이념은 그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심지어 공동체 자유주의에서도 큰 틀에선 동의가 가능할 듯 보였다. 다만 공동체성共同體性과 자유주의를 놓고 볼 때 한나라당이 자유주의(자유나 성장)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면, 열린우리당은 두 이념의 균형(자유와 평등,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정도의 차이였을 것이다. 어쨌든 바로 그런 차이를 둘러싼 이념 논쟁이 활발히 전개되어야 했다. 

 혹자는 사회 갈등만 조장한다며 이념 논쟁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피한다고 해서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갈등이나 균열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활발한 이념 논쟁을 통해 갈등을 명확히 드러내고 이를 통해 해결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다만 정쟁적政爭的 이념 논쟁이 아니라 정책적政策的 이념 논쟁이 필요하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의 이념 논쟁은 중도주의와 보수주의 간의 논쟁으로 그치기 쉽기 때문에 실질적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서는 민노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주의도 이념의 시장에 참여해 적극적인 논쟁을 벌일 필요가 있었다. 이때 핵심은 정쟁적 이념 논쟁에 빠지는 걸 막고, 최대한 정책적 이념 논쟁이 되도록 규칙을 관리하는 것인데, 이를 실현시키는 것이 바로 제도이다. 

 둘째, 제도에 있어 절차적 민주주의를 더욱 진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념 논쟁이 무차별적, 적대적 정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핵심적으로는 의회의 권능을 강화하고 정당을 선거 정당에서 정책 정당으로 변모시키는 개혁이 필요하다. 이 과제는 2004년 정치 개혁을 통해 상당 부분 제도적 추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행정부의 관료주의나 일방통행, 국회 파행과 같은 부정적 유산이 청산되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국회가 법안 생산의 중심이 되고 있고, 정책 경쟁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사실이다. 

 건강한 보수와 합리적 개혁·진보가 공존하며 정책 경쟁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예전부터 그려오던 정치 발전 모델이다. 그러나 기존 정당들의 합리적 변화만으로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는 기존 제도에 새로운 진보적 요소들을 조화롭게 흡수시킴으로써 극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회 교섭단체의 기준을 완화하거나 비례대표 의석을 늘림으로써 진보 정당의 국회 내 위상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당체제의 대표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치사회와 시민사회, 경제 분야와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되는 것은 세력의 문제이다. 

 셋째, 세력 차원에서 접근할 때 실질적 민주주의를 진전 시키기 위해서는 역시 정치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긴요하다. 이는 제도정치권이 시민사회나 경제 분야의 주요 세력에 좀더 깊이 뿌리내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핵심적 갈등과 균열을 정치적, 정책적으로 제대로 반영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당을 중심으로 보자면 그 지지 기반을 확대하고 조직화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진성 당원을 폭넓게 확보하고 연대, 제휴 세력을 많이 만드는 것이 그러한 노력이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당의 대중적 기초가 너무 약해서 정당의 대표성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낫다는 민노당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와 농민 등 수천만 명의 기층 민중을 대변하는 민노당의 진성당원이 10만 명도 안 된다. 보수층을 대변한다는 한나라당의 경우에도 종이 당원과 책임 당원의 차이가 너무 커서 정확히 얼마인지 알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열린우리당은 기간 당원이 20만 명이라지만 그 중 상당수는 종이 당원이며, 따라서 중산층과 서민을 제대로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정당은 소수의 핵심 당원(+다수 지지자)만으로도 존립할 수 있긴 하지만 정당이 정치적 대표성을 갖고 그에 걸맞는 정책을 실천 하기 위해서는 많은 당원과 탄탄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실질적 민주주의로의 진전이 어려운 이유도 이해관계를 가진 핵심 사회 경제 세력들이 제도정치권과의 연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해와 요구가 제도정치권 내에서 정치적, 정책적으로 관철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 당원으로 후원자로 또는 지지자로서 제도권 정치에 적극 참여해 권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집단이기주의나 사익私益만능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규칙과 절차를 존중하고 공익과 공공선을 우선하는 태도가 시민사회에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질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칫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과를 훼손시키는 역설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 결과는 사회 갈등의 만연과 통합의 파괴, 최악의 경우에는 파시즘이나 개발독재로의 회귀로 이어질 수 있다. 요컨대 실질적 민주주의의 추구는 항상 절차적 민주주의에 의해 보장받으면서, 또 절차적 민주주의에 의해 제한될 필요가 있다. 

 

실질적 민주주의는 시민이 완성하는 것이다

 실질적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이념, 제도, 세력 면에서 민주주의 주체세력이 강력해져야 하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부단히 심화, 발전되어야만 한다. 즉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는 상호 보완하면서 함께 발전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절차적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불완전한 반쪽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질적 민주주의를 동시에 발전시켜 나가야 하고, 이 실질적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 이념, 제도, 세력 차원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앞에 놓인 시대적 과제는 지속가능한 동반 성장과 이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심화 발전,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국제적 역할 강화를 통한 선진국으로의 진입이다. 이 가운데 핵심적인 것은 민주주의 공고화, 곧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가 함께 발전하여 대한민국을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또 누구나 좋아하는 매력적인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국가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역할이 커질 것이다. 이런 국가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역할이 커질 것이고, 동북아시아 발전의 핵심적인 균형자 역할을 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정치 발전의 모범국으로 만들기 위해 시민으로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이라고 본다. 민주시민의 정체성이란 합리성, 개방성, 관용성 그리고 공공성을 중시하고 실천하는 태도이다.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적극적인 정치 참여이다. 정치 참여, 나는 그것이 굳건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믿는다.

2004.10.

 

 

무려 16년전 이야기다.

16년이 지나서 이번 2020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다시 도전하는 김부겸

그런데 당대표 후보로 나온 3명들의 출사문을 읽어보면

당권을 얘기하는 분은 한분만 보인다.

변함 없이 민주당원임을 자처하며 우직한 길을 걸어 왔고

16년 전의 고민을 엿보면서 정당의 가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궁금해진다.

16년 전의 민주당과 현재의 민주당은 외형은 많이 바뀌었을지 몰라도

내부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싶어진다.

그래서 박주민 출마선언문의 구절이 눈에 밟힌다.

 

현재 당의 모습은 현장에 있지 않고,
국민과 과감하게 교감하지 못하며,
국민을 믿고 과감하게 행동으로 나서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오히려 국민을 걱정만 하는 구경꾼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 박주민 출마선언문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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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별 출마선언문

김부겸 출마선언 기자회견 영상 27분 49초 부터 2020-07-09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youtu.be/_5Zz-rW6GFc?t=1669 김부겸 2020-07-09 더불어민주당 당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 ▽▽▽▽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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