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빌런 :: 문재인 후보가 걸어온 길 26-29

이 글은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의 글입니다.

출처는 문재인닷컴.

눈물의 바다

 영결식은 거대한 슬픔의 바다였다. 나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영결식을 준비하는 며칠 동안 나는 한 순간이라도 내 슬픔을 드러낼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한명숙 전 총리의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라는 애절한 추도사를 듣는 순간 봇물 터지듯 눈물이 쏟아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헌화 순서 때 분노를 참지 못한 백원우 의원이 ‘정치보복 사죄하라’고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마음인들 오죽했으랴,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나는 상주로서 사과해야 할 일이었다. 영결식이 끝날 때 국민장의위원회 운영위원장의 자격으로 나는 그에게 사과했다. 이대통령도 “괜찮다. 이해한다. 개의치 마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검찰은 나중에 끝내 백 의원을 장례식방해죄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 결과는 무죄였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오열하던 모습을 기억하시리라. 나는 가까이에서 너무도 생생하게 그 장면을 목격했다. 헌화를 마친 김 대통령께서 여사님을 위로하기 위해 다가와서는 슬픔과 비통함을 못 이겨 아이처럼 엉엉 우셨다…. 

 얼마 후 김 대통령마저 돌아가시자, 병마가 깃든 노구를 이끌고 오신 것만도 건강에 크게 해가 됐을 텐데 그처럼 마음마저 무너진 것이 어쩌면 그분의 서거를 재촉한 게 아닌가 싶어 죄스럽고 안타까워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노제를 지낼 서울광장을 향해 운구 행렬이 나아갈 때 수많은 추도 인파로 인해 행렬은 더디고 더뎠다. 평범한 서민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운구차에 손이라도 대보려고 안타까이 몰려드는 모습을 보고 그가 얼마나 서민들의 사랑을 받은 대통령이었는지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서울 광장에서 열린 노제에는 50만이 넘는 인파가 함께 했다. 모두가 하나 되어 노래 부르고, 소리치고, 함께 울었다. 나는 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무대에서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냥 분위기만 느낄 뿐이었다. 하늘에 신비한 오색 채운(彩雲)이 길게 드리워져 그의 영면을 비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나 애절한 마음이 모이면 그것이 기(氣)가 되어 그런 신비로운 현상을 빚어내는 지도 모를 일이었다.

 

 노제가 끝나고 다시 운구 행렬이 움직일 때도 시민들이 운구차량을 한사코 붙잡고 또 붙잡았다. 그들의 애절한 마음이 아파서 속도를 낼 수도 없었다. 서울역을 지나서야 비로소 인파와 헤어졌는데 내가 대표로 시민들께 인사를 드렸다. “너무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을 마치고 유골을 수습해 봉하마을 정토원에 모신 건 다음날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였다. 자정을 넘기면 안 된다는 속설에 따라 시간을 맞추려 노력했지만 추모인파와 헤어지는 게 그리 어려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국민장이 끝났다. 

 



Posted by 배고픈 밥빌런 Posted by 배고픈 밥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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